아줌마 한 명의 아줌마 안엔 수백 수십 명의 아줌마가 숨어있다 그 수심의 깊이는 아줌마가 아니면 절대 알지 못한다 아줌마는 현재 우리 집 안에도 앉아 있다 아줌마가 생각하는 것은 아줌마들에겐 중요한 것이다 아줌마의 생각을 알려면 아줌마들만의 은어를 알아야 한다 그것은 사회학의 한 .. 시와 수필 2012.04.10
신부(新婦) 이른 봄 노지 파는 단맛이 돕니다. 어제는 선산 장날, 노지에서 나는 파를 찾아갔지요 시장을 한 바퀴 돌아 맘에 드는 파 한 단도 사고, 여고시절 방과후에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유혹하던 핫도그도 물었습니다 주전부리 그득한 시골장터가 정겹습니다 백발같은 파뿌리를 잘라내는데. 뽀.. 시와 수필 2012.04.08
목돈 책을 내기로 하고 300만 원을 받았다. 살찐 마누라 몰래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어머니의 임대 아파트 보증금으로 넣어 월세를 줄여드릴 것인가 그렇게 할것인가 이 목돈을 깨서 애인과 거나히 술을 우선 먹을 것인가 잠자리를 가질 것인가 돈은 주머니 속에서 바싹바싹 말라간다 이틀이 .. 시와 수필 2012.04.05
마음이여 마음이여 쓸데없이 돌아다니다가 피곤하니까 돌아온 저를 데리고 나는 자전거처럼 가을에 기대섰다 구름을 보면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강가에 가면 흘러가고 싶은 마음이여 때로 세상으로부터 모욕을 당하고 내가 어떡하면 좋겟느냐고 하면 늘 알아서 하라던 마음이여 저는 늘 내가 아.. 시와 수필 2012.04.04
아내의 봄비 순천 옷장 파장 무렵 봄비 내렸습니다 우산 들고 싼거리 하러 간 아내 따라 갔는데 파장 바닥 한 바퀴 휘돌아 생선 오천원 조갯살 오천원 도사리 배추 천원 장짐 내게 들리고 뒤따라 오던 아내 앞서 가다보니 따라오지 않습니다. 시장 벗어나 버스 정류장 지나쳐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비.. 시와 수필 2012.04.03
봄비 내리는 아침 봄비는 왕벚나무가지에 자꾸 입을 갖다댄다 왕벚나무 가지속에 숨은 꽃망울을 빨아내려고 -안도현 - 봄비.. 멀미하는 촌아낙, 앞자리 태워 주나요? 당근이지요, 좋다! 봄은 봄이로소이다 매화도 오고 님도 가만 있기 힘들것소. ♡! 어쩌자고, 에고 나도 몰라라 병아리처럼 입술을 내밀고 .. 시와 수필 2012.03.30
어떤 품앗이 구복리양반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한천댁과 청동댁이 구복리댁 집으로 가서 몇 날 며칠 자줬다 구 년 뒤, 한천양반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구복리댁과 청동댁이 한천댁 집으로 가서 몇 날 며칠 자줬다 다시 십일 년 뒤, 청동양반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구복.. 시와 수필 2012.03.23
우듬지 나무 밑동을 안았는데 왜 우듬지가 먼저 기척을 하는지 언젠가 당신이 내 손을 잡았을 때 내게도 흔들리는 우듬지가 있음을 알았다. 빠른 속도로 번지는 노을, 그 흥건한 몸에 한철 밥 말아 먹었다 너무 뜨겁거나 매웠지만 상처라도 좋아라 물집 터진 진물에서 박하 냄새 맡던 저녁, 내 속.. 시와 수필 2012.03.21
소를 웃긴 꽃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밑에서 마침 꽃이 핀거야 소는 간지러웟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 윤희상 열지.. 시와 수필 2012.03.08
우두커니 겨울 상추 좀 먹어야겠다고 지푸라기를 덮어둔 산 아래 밭에 상추 어루만지러 어머니 가시고 빵 딸기우유 사서 뒤따라 어머니 밟으신 길 어루만지면 가는데 농부 하나 밭둑에 우두커니 서 있다. 아무것도 없는 밭 하염없이 보고 있다 머리 위로 까치 지나가다 똥을 찍 갈려도 혹시 가슴에.. 시와 수필 2012.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