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교실 내 소리도 가끔은 쓸 만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피는 꽃이든 죽는 사람이든 살아 시퍼런 소리를 듣는거야 무슨 길들은 소리 듣는 거보다는 냅다 한번 뛰어보는 게 나을껄 뛰다가 넘어져 보고 넘어져서 피가 나 보는 게 훨씬 낫지 가령 <전망>이라는 말, 언뜻 앞이 딱 트이는 거 같지만 그보다는 .. 시와 수필 2011.04.13
봄비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 날의 회.. 시와 수필 2011.04.07
참 좋은 당신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는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김용택 밭으로 가는 .. 시와 수필 2011.04.06
지금하라 할일이 생각나거든 오늘 하십시오. 오늘은 하늘이 맑지만, 내일은 구름이 보일는지 모릅니다. 어제는 이미 당신의 것이 아니니 지금 하십시오. 친절한 한마디가 생각나거든, 지금 말하십시오. 내일은 당신의 것이 안될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나 곁에 있지는 않습니다. 사랑의 말이 있다.. 시와 수필 2011.04.04
물결 그랬구나! 가슴의 통증이 가시고 눈앞이 환해진다. 어리석고 아둔한 것처럼 보이던 사람들의 굽은 어깨와 허리가 매화 등걸처럼 휘엉청 내걸리고 가슴마다 꽃이 핀다. 내 눈의 들보와 남의 눈의 티끌마저 모두 꽃핀다. 가장 아프고, 가장 못난 곳에 '생의 가장 뜨거운 부분'이 걸려있다니, 가슴에 박힌 .. 시와 수필 2011.04.02
봄날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여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김용택 이 봄에는 정말 따스하고 싶어요 별것 아닌 일들 잠속까지 데려와 봄밤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간절한 말이 비틀리고 눙쳐놓은 진심이 왜곡되어도 조금 더 바라만 볼래요 말은 오염.. 시와 수필 2011.04.01
산수유 꽃이 피어서 산에 갔지요 구름 밖에 길은 삼 십리 그리워서 눈 감으면 산수유꽃 섧게 피는 꽃길 칠 십리 곽재구 --산수유 필무렵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 시와 수필 2011.03.28
똥구멍으로 시를 읽다 겨울산을 오르다 갑자기 똥이 마려워 배낭 속 휴지를 찾으니 없다. 휴지가 될 만한 종이라곤 들고 온 신작시집 한 권이 전부 다른 계절 같으면 잎새가 지천의 휴지이련만 그런 궁여지책도 이 계절의 산은 허락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들려온 시집의 낱장을 무례하게도 찢는다 무릎까지 바지를 내리고 산.. 시와 수필 2011.03.25
슬퍼할 수 없는 것 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눈이 쌓여 있다는 것 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가지 못하리라는 것 굳이 못 갈 것도 없지만 끝내 못 가리라는 것 나 없이 눈은 녹고 나 없이 봄은 오리라는 것 슬퍼할 수 없는 것. 슬퍼할 수조차 없는 것 --이성복 먼산에 눈이 쌓여있고, 나는 지금 여기서 바라만 보고 있다. 가지 못.. 시와 수필 2011.03.23
살다가 보면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 시와 수필 201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