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545

곶감

상주가 시댁인 지인의 밭에서 온 둥시감. 곶감은 쌀과 누에고치로 만든 명주실에 더해 三白에 든다 감 따러 가자는 걸 혼자가라며 남편만 보내 놓고 자신이 편한쪽을 택한 거라는 친구 떫은 감이 곶감이 되고 시설이 앉기까지는 꽃에서 부터 자신을 바꾸고 또 바꿔 온 지난한 여정이 있어서 가능한 일 당연하다 여기며 해왔던 일들에 나이들수록 무심해지지 않는 건 껍질을 벗기는 일과도 닮은 것일게다 삶도 여정따라 익어 간다면 맛나겠다 베란다에 일없이 눈이 가고 손이 간다 미완의 맛 중에 으뜸은 곶감이 아닐까!

사람향기 2022.11.17

벌레먹은 나뭇잎

'누군가 먹여 살린 흔적'이라던 어느 시인의 시를 알고부터 낙엽을 볼 때면 그 여백이 눈에 먼저 든다 예쁘고 봐야 한다는 인물론은 이 시에 비하면 얼마나 껄끄러운가 그럼에도 예쁘고 싶은 쪽에 서는 게 인간일 게다 양가적 감정에서 한쪽에 서게 될 때 그 반대편 자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면 어느 쪽이든 논쟁할 일은 줄어들겠다 몰입은 나를 잠시 떠나는 시간 나 아닌 것 같지만 내가 나 이외의 것에 연결되어 있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다 초월적 기쁨은 그래서 몰입과 닮았다 자신을 내어준 자리 가장 나다운 모습은 어쩌면 나 아닌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향기 2022.10.24

세대단절에 관한 소고

지인과의 관계에서 몇 번의 단절을 경험했다. 다른 게 당연한데 내겐 소모전 같고 출구 없는 터널 같아서, 힘을 빼고 물러나는 것이다. 나도 부모지만, 내 부모님께 입을 닫을 때가 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가치관을 확인할 때다. 그 고정관념이 나와 무관치 않고 이 또한 내 욕심이란 걸 알지만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내 자식에게 나도 틀이 훤히 보이는 부모는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 소모임에서 세대단절에 대한 물음이 있었다. 최근에 초등대상 영어학원을 개원한 지인은 아이들의 언어 이해가 어렵다고 했다. 말을 못 알아들어 되물어야 하고 반복되다 보니 수업시간 전에 울렁증이 생길 정도라고. 스며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주부는 안 좋아진다고 하지만 우리 세대가 낀세대로 적응하고 있듯 ..

사람향기 2022.10.08

결국은

성격은 얼굴에 나타난다 생활은 체형에 나타난다 본심은 행동에 나타난다 미의식은 손톱에 나타난다 청결함은 머리에 나타난다 배려는 먹는 방법에 나타난다 마음의 힘은 목소리에 나타난다 스트레스는 피부에 나타난다 차분하지 못함은 다리에 나타난다 인간성은 약자에 대한 태도에 나타난다 본심 본성은 어느 때든 나타난다 * 유튜브를 보다 공감 가서 올려 본다 나타나도 못 보기도 하고 안보기도 하고 무심하게 지내다가 어느 사이 금이 가는 관계도 있다. 징조는 있었을 텐데 짐작도 못한 일이 내 일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사고를 당했다 상대는 레미콘 차량이어서 키 작은 내가 보였을 리 만무인데... 스쿨존이었고 느린 속도만 믿고 천천히 앞만 보고 갔다. 큰 차 옆에 가지 말라는 말도 있는데 의식했더라면 앞서거나 뒤섰을 텐데..

사람향기 2022.10.01

티스토리로 이사를 오다

다음 블로그를 한 지 14년 정도 되었다 이틀 전에야 티스토리로 이사해야 한다는 걸 알았고 어제 아침에 이사를 했다. 폰보다 노트북으로 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다. 노트북은 한 달에 한 번 켤 정도로 폰만 사용했는데 한 밤 자고 이른 아침 노트북을 열었다. 요 새집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다음 블로그와는 강과 산이 변할 만큼 오래 살았는데. 그대로 옮겨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세간살이 없이 빈 몸으로 왔다면 낯설었을 텐데.... 어떤 시간이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 2022년 9월 30일 아침 사진은 하늘구니 일몰 22.09.29

사람향기 2022.09.30

요가원에선...

자세자세... 무심결에도 틀린 자세는 못봐주는 요가원샘 걸을 때나 먹을 때도 어깨 펴고 배에 힘 주고 11자를 외친다 나이들면 얼굴보다 자세라고 오늘은 다섯살 아이가 엄마를 따라왔다 노트북을 틀고 엄마는 수업에 들었다 수업중에 두어번 뒤로 가던 샘! 노트북에 코를 박았는지 어깨가 무너졌던지 ㅎㅎ 아이를 벽에다 붙여 놓았다 엄마 수업하는 거 보다가 영상을 보다가 끝날 때까지 자리와 자세를 지켰다 어떤 회원이 다시는 안오겠다고해서 한바탕 웃었다 누구도 예외없는 요가원 자세가 반듯하면 눈이가는 게 맞다.

사람향기 2022.08.09

호박이 호박잎을 만났을 때

텃밭농사를 하는 지인이 호박과 오이를 보내왔다 이른 아침에 우리 집까지 온 걸 보면 새벽에 밭에 갔겠다 '아하 호박은 이렇게 하는구나' 한 몸이었다 서로를 보완해 낸 모습이라니. 살짝만 스치면 흔적이 남아서 신생아의 피부보다 여린 호박 호박잎 거 친면을 뒤로하고 매끄러운 쪽으로 감싼 걸 보니 꽃다발을 받은 것 같다. 농사를 지으면 저절로 알아지는 일인지 이 나이 먹도록 이렇게 정성스러운 호박은 처음 본다 스티로폼 포장에만 익숙했다 밥이 뜸 드는 동안 호박과 호박잎에 집중해 보는 시간이다. 호박잎 한 장도 이럴진대 마음 한 자락도 잘 쓰면 어떨지 ㅎㅎ 인연 따라온 잎 한 장은 된장찌개에 넣어야겠다

사람향기 2022.08.07

금오산 등반 2

5월이다 신록은 청춘이고 6월의 초록은 성숙한 여인네 같다 했던가 2년 만에 다시 산에 올랐다 자신은 없었지만 그동안 길들여온 시간이 있어서 내 몸을 믿고 용기를 냈다 동반자들이 운동마니아 들이라 약간 기운이 상기되는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 2년 전. 그때는 오르면서도 계속될까 될까 했었다 30년이나 더 젊었을 때 '내가 다시는 여기 오나 봐라' 작정한 곳이었기에 그렇게 등지고 한세대를 지냈으니.. 그때보다는 덜 힘들었다 몸으로 밀고 나가는 일은 그치지만 않으면 시너지도 크다는 걸 실감한다 마음은 흔들리기도 하고 정신은 오락가락할 때도 있지만 몸은 건망증이 없다. 마음이 내 맘 같지 않게 제자리를 못 찾을 때 그래서 우린 가끔은 몸으로 그런 시간을 건너기도 한다 기분 좋은 도전은 계속될 것 같다.

사람향기 2022.05.22

우리동네 산책길

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시 '황무지'를 백 년 전에 발표했다. 시대적 배경이 더해져서 황무지는 독자들에게 무수히 회자되는 시다 시의 본령을 잘 드러냈고 그 난해만큼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다 4월은 죽은 듯 멈춘 것 같았던 대지의 새명들이 일제히 깨어나는 걸 확인하는 달이다 '잔인함'이란 단어는 어떤 역경 속에서도 살아내고야 마는 인간의 의지를 위무해 주는 깊은 속내의 완결을 보여준다 시간 날 때마다 산책을 한다.그야말로 눈 가는 곳마다 "나도 나도"라고 몸짓하는 꽃들이 잎들이 질서 정연하게 자신을 색을 꾸려가고 있다 이 '잔인함' 앞에서 나도 더 더 잔인해질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는다. 희망을 보는 사월이다

사람향기 2022.05.01

연두처럼

이맘때 산은 하루가 다르다 코로나가 짝지에게 오고 이틀 뒤 내게도 왔다 당첨되고 보니 후련한 맘도 있다 격리되기를 열흘! 칩거에 적응 잘하는 나를 보며 내 일상도 참 단조로왔구나 그런 걸 실감한다. 다만 운동을 못하는 게 아쉽다 주변 지인 둘은 3킬로씩 빠졌다 하고 엄청 아팠다는데 내게 온 코로나는 고약한 놈은 아니었나 보다 미각도 잃지 않아서 당기는 대로 먹었고 푹푹 쉬었다 창밖이 푸르다 머지않아 초록이 될 연두가 산을 물들이고 있다. 코로나 이전으로 곧 돌아가리라. 몸과 마음은 더 건강해지고 이참에 패턴을 바꾸어도 될 일상도 기대하게 된다. 언젠가부터 작심하면 밀고 나가는 동력이 강해졌다. 나이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22 04 28

사람향기 2022.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