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적정거리 간격은 통로다 둘 사이 간격이 있다고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이 나무를 자라게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 간격이 사랑하는 마음을 키운다 간격은 무엇이든 흐르게 하는 통로다 바람이 흐르고 햇살이 흐르고 물이 흐르고 이야기가 흘러간다 둘사이 흐르는 것이 없으.. 시와 수필 2016.03.19
금기 아직 저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 마음속에는 많은 금기가 있습니다 얼마든지 될 일도 우선 안 된다고 합니다 혹시 당신은 저의 금기가 아니신지요 당신은 저에게 금기를 주시고 홀로 자유로우신가요 휘어진 느티나무 가지가 저의 집 지붕 위에 드리우듯이 저로부터 당신은 떠나지 않습.. 시와 수필 2016.03.10
나를 흔든 시 한 줄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 비스와봐 쉼보르스카(1923~2012), ‘두 번은 없다’ 중에서 인생에서 낙제란 없는 법 순간의 정성이 중요할 뿐, , , , 요즘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외벽에 걸린 글판을 보신 적이 있는지…. ‘두 번은 .. 시와 수필 2016.02.24
조용한 일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김사인 시와 수필 2016.02.21
속구룡사시편 한 철을 치악에서 보냈더니라. 눈 덮인 멧부리를 치어다보며 그리운 이 생각 않고 살았더니라. 빈 가지에 홀로 앉아 하늘 문 엿보는 산 까치같이, 한 철을 구룡에서 보냈더니라. 대웅전 추녀 끝을 치어다보며 미운 이 생각 않고 살았더니라. 흰 구름 서 너 짐 머리에 이고 바람 길 엿보는 .. 시와 수필 2016.02.19
남들이 하는 말 새댁은 아랫집 할머니를 피해 다녔다. 툭하면 사소한 일로 시비를 걸어오니 피하는 게 상수였다. 이웃 간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이해해 주고 넘어가 주는 법이 없고 동네에서 다투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소문난 요주의 인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옆집 아줌마가 놀랍다는 얼.. 시와 수필 2016.01.28
내가 아는 박완서 박완서 선생님을 처음 뵌 건 경기도 구리시 아천리에 있는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님 댁에서일 것이다. 그 즈음에 이 선생님은 바깥일을 통 안하시고 글만 쓰고 계셨다. 대학원 과정 비슷한 수준의 한문 강의를 몇 안 되는 사람들에게 베풀고 계셨는데 그때 박완서 선생님이 학생이 되어 그.. 시와 수필 2016.01.22
두 그루의 달맞이꽃 얼마 전까지 살던 산골짜기 마을에서 나는 산책을 많이 했다. 나무며 풀들리며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 큰물이 났을 때 개울 축대가 무너져 내렸다. 축대 위에선 해마다 코스모스가 자랐다. 새로 축대를 쌓으면서 시멘트를 넓게 발라 코스모스 자랄 데가 없어져버렸다. 나는 아쉬운 마음.. 시와 수필 2016.01.20
봄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 시와 수필 2016.01.19
에르노의 짜릿한 연애, 벽초의 임꺽정 매력에 중독 성석제가 뽑은 ‘인생 최고 소설 소설가보다 이야기꾼이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성석제(56·사진)씨에게 지난해 마지막 날 ‘인생 최고의 소설’ 10권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한 성씨, 5분 후에 전화를 했다. 뭔가 성의를 다하기보다는 순전히 기억에 의존해 꼽은.. 시와 수필 201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