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2 사람들 사이에 사이가 있었다 그 사이에 있고 싶었다 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 나는 쌱 피했다 뒤축을 자갈밭에 묻고 시궁창에 코를 처박고 - 박덕규(1958~) 오로지 나쁘거나 오로지 좋은 것은 없다. 말 그대로 순종(純種)은 없다. 모든 것은 잡종이거나 혼종(混種)이다. 이분법은 근본적.. 시와 수필 2016.01.02
함민복씨의 직장 …다음은 신랑의 직장 동료 분들 나오세요, 기념사진 촬영이 있겠습니다… 여직원의 안내에 따라 빼곡히 삼열 횡대! 나도 그 틈에 가 끼었다, 얼굴이나 나올까 걱정하면서 짧은 목을 한껏 늘였다 지상에는 일가붙이도 몇 남지 않아서 생각보다 훨씬 더 쓸쓸할 수도 있던 함씨의 늦은 결혼.. 시와 수필 2015.12.28
경청 누군가에 더러운 것 누군가에겐 일용할 양식이다 구르는 재주 없어도 굴리는 재주 있다고 쇠똥구리 지나간 자리 길 하나 보인다 -김정수 더러운 배설물이 쇠똥구리에게는 "일용할 양식"이다. 내게 없는 재주를 다른 사람이 갖고 있다. 세계는 이렇듯 배리 (背理)의 구조를 가지고 이다. 기.. 시와 수필 2015.12.28
우리 집 강아지는 우리 집 강아지는 내가 가끔 실수를 해도 언제나 의심없이 나를 믿어준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한다 나한데도 저런 개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우리 집 강아지는 내가 가끔 서운한 짓을 해도 언제나 한결 같이 나를 따라준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한다 나한테도 저런 개 .. 시와 수필 2015.08.27
다정함의 세계 이곳에서 발이 녹는다 무릎이 없어지고,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다 괜찮아요, 작은 목소리는 더 작은 목소리가 되어 우리는 함께 희미해진다 고마워요, 그 둥근 입술과 함께 작별인사를 위해 무늬를 만들었던 몇 가지의 손짓과 안녕, 하고 말하는 순간부터 투명해지는 한.. 시와 수필 2015.08.25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 김선우(1970~ )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중에서 둘이면서 둘이 아니고 하나일 수도 없는 진짜 사랑 세상 시인의 90%는 가짜다. 진짜 시인이란 누구인가? 남의 제스처 아닌 자기 몸으로 살고, 자기 몸.. 시와 수필 2015.08.12
늘, 혹은 때때로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있는 이 .. 시와 수필 2015.08.05
농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 시와 수필 2015.07.19
많은 물 비가 차창을 뚫어버릴 듯 퍼붓는다 윈도브러시가 바삐 빗물을 밀어낸다 밀어낸 자리를 다시 밀고 오는 울음 저녁때쯤 길이 퉁퉁 불어 있겠다 차 안에 앉아서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많.. 시와 수필 2015.07.09
사랑 나 죽도록 사랑했건만, 죽지 않았네 내 사랑 고만큼 모자랐던 것이다 - 박철(1960~ ) “너를 사랑해”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나 너를 기다릴 수 있어”라는 고백이고 다짐이다. 사랑에 빠진 자는 늘 기다린다. 사랑해서 기다리는 게 아니다. 기다리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다. 기다림에의 종.. 시와 수필 201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