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환 연구 우리 학교 행정실 고광환 주사는 의성 단밀 위중마을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마을을 떠나지 않고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내가 볼 때 그는 내가 지금껏 만난 사람 중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의인이다. 가정을 살피는 일도, 자녀를 키우는 일도, 일을 대하는 자세도 나보다 한 수 .. 시와 수필 2011.12.24
농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 시와 수필 2011.12.22
순간의 꽃 해가 진다 내 소원 하나 살찐 보름달 아래 늑대 되리 누우면 끝장이다 앓는 짐승이 필사적으로 서 있는 하루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 중략 어쩌자고 이렇게 큰 하늘인가 나는 달랑 혼자인데 이런 날이 있었다 길 물어볼 사람 없어서 소나무 .. 시와 수필 2011.12.18
선청성 그리움..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 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선천성 그리움 詩 한 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원이면 .. 시와 수필 2011.12.15
교감 자연은 신전, 그 살아 있는 기둥들에서 이따금 어렴풋한 말들이 새어나오고, 사람은 상징의 숲들을 거쳐 그곳을 지나가고, 숲은 다정한 눈길로 사람을 지켜본다. 멀리서 아련히 어울리는 메아리처럼 밤처럼 광명처럼 한없이 드넓은 어둡고도 깊은 조화의 품안에서 향기와 색채와 .. 시와 수필 2011.12.12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 매창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 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마음만 오락가락 하노라. 뜻풀이 배꽃이 흩날리던 무렵에 울며불며 손잡고 이별한 님, 가을 바람에 낙엽지는 계절이 돌아왔는데 그 임도 나를 생각하는가? 천리 길 머나먼 곳에 가 계시.. 시와 수필 2011.12.08
서귀포 울지 마세요 돌아갈 곳이 있겠지요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구멍 숭숭 뚫린 담벼락을 더듬으며 몰래 울고 있는 당신, 머리채 잡힌 야자수처럼 엉엉 몰래 울고 있는 당신 섬 속에 숨은 당신 섬 밖으로 떠도는 당신 울지 마세요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당신이라고 돌아갈 .. 시와 수필 2011.12.06
광어에게 네 순한 생살을 생살을 뜯어먹고도 우리는 즐겁다 술을 마시고 나는 애써 말하지 않았지만 오늘밤 나의 천국은 네가 남기고 간 지옥인것을. 누군가의, 무엇인가의 전생을 먹고 살아야 하는 비애여 그 죄로 어느세상에선가 내가 누구가에게 생살을 바쳐야 한다면 나도 내 안의 슬.. 시와 수필 2011.11.30
그래도 라는 섬이 있다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 시와 수필 2011.11.30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건 힘들어도 지는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건 쉬워도 잊는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 시와 수필 2011.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