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 이녘의 허리가 갈수록 부실했다. 소문의 꼬리는 길었다. 검은윤기가 흘렀다. 그 여자는 삼단같은 머리채를 곱게 빗어 쪽지고 동백기름을 바르고 다녔다. 어느날 또 이녘은 샐녘에사 들어왔다. 입은 채로 떨어지더니 코를 골았다. 소리죽여 일어나 밖으로 나가 봤다. 댓돌 위엔 검정 고무신이 아무렇게.. 시와 수필 2011.10.21
단풍나무 한 그루 너 보고 싶은 마음 눌러죽여야겠다고 가을 산 중턱에서 찬비를 맞네 오도가도 못하고주저 앉지도 못하고 너하고 나 사이에 속수무책 내리는 빗소리 몸으로 받고 서 있는 동안 이것 봐. 이것 봐 몸이 벌겋게 달아오르네 단풍나무 혼자서 온몸 벌겋게 달아오르네 -안도현 시와 수필 2011.10.19
그 여자네 집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이 주신 사인이다. ㅎㅎ 사인을 메세지라고 우기고 싶다!!!!! (사실은 "제게 메세지를 주세요" 하고 내민 책이었다. ㅎㅎ) " 꽃이 되세요." 이렇게 멋진 당부가 있을까. 아무래도 당분간 꽃!! 생각을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ㅎㅎ 어떤 사람의 글을 읽었다는 건, 한 번도 못 만났더라.. 시와 수필 2011.10.16
김효만씨 무릎 까진 날 동네에서 산 쪽으로 맨 끄트머리 집 나이 육십 돼 과부장가 든 김효만씨, 묵은 아궁이에 군불 지피느라 진땀깨나 뺍니다. 며칠 전 새 마누라 자리가 넌저시 안채보다는 사랑채가 거허기 좋겄다고 들녘도 훤히 뵈고 드나들기도 편허겄다고 했던 말 따라 이튿날로 팔 년 동안이나 안 때던 부엌에 무쇠솥 .. 시와 수필 2011.10.14
홍매화 겨울 나기 그해 겨울 유배 가던 당신이 잡시 바라본 홍매화 흙 있다고 물 있다고 아무데나 막 피는 게 아니라 전라도 구례 땅 화엄사 마당에만 핀다고 하던데 대웅전 비로자나불 봐야 뿌리를 내린다는데 나는 정말 아무데나 막 몸을 부린 것 같아 그때 당신이 한겨울 홍매화 가지 어루만지며 뭐라고 하셨는지 따.. 시와 수필 2011.10.10
앵두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왔네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그녀의 스쿠터 소리는 부릉부릉 조르는 것 같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고 흙먼지를 일구는 저 길을 쒱, 하고 가로질러 왔네 가랑이를 오므리고 발판에 단화를 신은 두 발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기린의 귀처럼 붙어 있는 백미러로 .. 시와 수필 2011.10.07
만삭 새벽녘 만삭의 아내가 잠꼬대를 하면서 운다. 흔들어 깨워보니 있지도 않은 내 작은마누라와 꿈속에서 한바탕 싸움질을 했다. 어깨숨을 쉬면서 울멍울멍 이야기하다 자신도 우스운 듯 삐죽 웃음을 문다. 새벽 댓바람부터 나는 눈치 아닌 눈치를 본다. 작은마누라가 예쁘더냐, 조심스레 물으니 물닭처.. 시와 수필 2011.10.04
살다가 보면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곳에서 넘어질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곳에서 사랑을 말할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곳에서 눈물을 보일때가 있다 살다가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것을 떠나보내고 어둠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때가 .. 시와 수필 2011.10.04
詩에게 길을 묻다 특강을 다녀와서.. 지난 수요일 대백프라자 문화센터에서 도종환시인의 '詩에게 길을 묻다'특강이 있었다. 한시간 일찍 도착 하긴 정말 잘했는데 맙소사 예약완료라고 했다. 하지만 200명 예약자중에 더러 참석 못하는 분들도 있으니 추가 접수를 해 주겠노라고 해서 헛걸음 했나 했는데 다행이 수강이 가능했었다. . 서.. 시와 수필 2011.10.02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말없이 마음이 통하고 그래서 말없이 서로의 일을 챙겨서 도와주고 그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방풍림처럼 바람을 막아주지만 바람을 막아주고난 그 자리에 늘 그대로 서 있는 나무처럼 그렇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이 맑아서 산 그림자를 깊게 안고 있고 산이 높아서 물.. 시와 수필 2011.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