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쬐다 사람이란 그렇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독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 사람이 사람을 쬘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을 쬐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손등에 검버섯이 핀다 얼굴에 저승꽃이 핀다 인기척 없는 독거 노인의 집 군데군데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었다 시멘트 마당 갈라진 .. 시와 수필 2011.09.01
무화과(無花果) 꽃 피우지 못해도 좋다 손가락만큼 파랗게 밀어 올리는 메추리알만큼 동글동글 밀어 올리는 혼신의 사랑..... 사람들 몇몇, 입 속에서 녹아 약이 될 수 있다면 꽃 피우지 못해도 좋다 열매부터 맺는 저 중년의 生! 바람 불어 흔들리지도 못하는. -이은봉 꽃 없이 맺는 열매여서 무화과(無花果)다 사랑 없.. 시와 수필 2011.08.30
시(詩)를 찾아서 말이 곧 절이라는 뜻일까 말씀으로 절을 짓는다는 뜻일까 지금까지 시를 써오면서 시가 무엇인지 시로써 무엇을 이룰지 깊이 생각해볼 틈도 없이 헤매어 여기까지 왔다 (……) 한여름 뜨락에 발돋움한 상사화 꽃대궁만 있고 잎은 보이지 않았다 한줄기에 나서도 잎이 꽃을 만나지 못하고 꽃이 잎을 만.. 시와 수필 2011.08.26
눈 온 아침 잘 잤느냐고 오늘 따라 눈발이 차다고 이 겨울을 어찌 나려느냐고 내년에도 또 꽃을 피울거냐고 늙은 나무들은 늙은 나무들끼리 버려진 사람들은 버려진 사람들끼리 기침을 하면서 눈을 털면서 - 신경림 늙은 나무들끼리 버려진 사람들끼리 시인의 눈은 낮은 곳에 이른다. 세상사람들이 관심두지 않.. 시와 수필 2011.08.25
꽃 내 손길이 닿기전에 꽃대가 흔들리고 잎을 피운다 그것이 원통하다. 내 입깁도 없이 사방으로 이슬을 부르고 향기를 피워내는구나 그것이 분하다 아무래도 억울한 것은 네 남은 꽃송이 다 피워내도록 들려줄 노래 하나 내게 없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내 가슴을 치는 것은 너와 나란히 꽃 피우는 것은 .. 시와 수필 2011.08.24
쉽게 씌어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의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 시와 수필 2011.08.14
허수아비 허수아비1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외로우냐고 묻지 마라.어떤 풍경도 사랑이 되지 못하는 빈 들판낡고 해진 추억만으로 한 세월 견뎌왔느니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누구를 기다리느냐고도 묻지 마라.일체의 위로도 건네지 마라.세상에 태어나한 사람을 마음속에 섬기는 일은어차피 고독한 수행.. 시와 수필 2011.08.09
즐거운 편지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 시와 수필 2011.08.05
산수유 수유리라고는 하지만 도봉산이 바로 지척이라고는 하지만 서울 한복판인데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정보가 매우 정확하다 훌륭하다 어디서 날아온 것일까 벌떼들, 꿀벌떼들, 우리집 뜨락에 어제 오늘 가득하다 잔치잔치 벌였다. 한그루 활짝 핀, 그래, 만개의 산수유, 노오란 꽃숭어리들에 꽃숭어리.. 시와 수필 2011.07.29
인연설 진정 사랑하는 사람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은 안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에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어버릴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 시와 수필 2011.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