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발자국을 짓밟으며 미래로 간다 가장 먼저 등 돌리네 가장 그리운 것들 기억을 향해 총을 겨눴지 꼼짝 마라, 잡것들아 살고 싶으면 차라리 죽어라 역겨워, 지겨워, 왜 영원하다는 것들은 다 그 모양이야 십장생 중에 아홉 마릴 잡아 죽였어 남은 한 마리가 뭔지 기억이 안 나 옛 애인이던가, 전처던가 그미들 옆에 쪼르르 난 내 발자국 .. 시와 수필 2011.07.26
낯설게 하기의 아름다움 - 천양희 저는 평소에 시는 언어로 짓는 사원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시(詩)라는 말의 한자어는 말씀 '언(言)'과 절 '사(寺)'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왜 절 사자를 거기에다 붙였을까요. 다 아시는 대로 절은 용맹정진하는 구도자들의 수행장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시를 쓰는 사람들도 구도자의 정신과 자세로 .. 시와 수필 2011.07.21
보성댁의 여름 살 찔 틈 없이 살 마를 틈도 없이 닭장 밑에서 지샌 듯 새벽같이 일어나 솔가지 꺽어 밥 짓고 마당 쓸고 조반 차리기 전 빨래하고 텃밭 메고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밖으로 나가 콩밭 깨밭 고추밭 미영밭 더터 골고지에 풀매기에 북주기에 물대기에 등짝이 죄 타도록 저 흘러 미쳐나다가 엉덩이에 불 .. 시와 수필 2011.07.20
이런 가슴을 준비하세요 1. 사랑의 기도 어느 날인가 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면 이런 사람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 폭풍우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가진 눈보라 속에서도 뜨거운 용기를 가진 가뭄 속에서도 샘솟는 지혜를 가진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사랑 안에서 이루려는 사람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 2. 이별부터 생각하면.. 시와 수필 2011.07.18
나는 시를 쓴다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혀를 깨무는 아픔 없이 무서운 폭풍을 잠재우려 봄꽃의 향기를 가을에 음미하려 잿더미에서 불씨를 찾으려 저녁놀을 너와 함께 마시기 위해 싱싱한 고기의 피로 더렵혀진 입술을 닦기 위해 젊은날의 지저분한 낙서들을 치우고 깨끗해질 책상서랍을 위해 .. 시와 수필 2011.07.13
마음의 내과 이 말이 그 말로 들릴 때 있지요 그말도 이 말로 들리지요 그게 마음이지요 왜 아니겠어요 몸피는 하나인데 결이 여럿인것처럼 이 사람을 귀신이라 믿어 세월을 이겨야 할 때도 있는 거지요 사람 참 마음대로지요 사람 맘 참 쉽지요 궤짝 속 없어지지 않은 비린내여서 가늠이 불가하지요 두 개의 달걀.. 시와 수필 2011.07.12
가시는 생각, 오시는 생각 저 생각이 제 몸 다녀가십니다. 제 몸 고마웠다 하시며 가십니다 그리고 이 생각이 오셨습니다 가시는 생각과 오시는 생각이 제 몸 안에서 고요히 마주치셨습니다. 제 몸은 여름 과실인 것 같았습니다. 오시는 생각이 가시는 생각 떠밀지 않고 햝으며 수박 냄새, 참외 냄새 맡을 때 제 몸 다녀가신 모든.. 시와 수필 2011.07.06
삽 삽이란 발음이, 소리가 요즈음 들어 겁나게 좋다 삽, 땅을 여는 연장인데 왜 이토록 입술 얌전하게 다물어 소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일까 속 내가 있다 삽, 거칠지가 않구나 좋구나 아주 잘 드는 소리, 그러면서도 한군데로 모아지는 소리, 한 자정(子正)에 네 속을 그렇게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이 삽 한 .. 시와 수필 2011.07.05
함께 있으면 좋은사람 그대를 만나던 날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착한 눈빛 해맑은 웃음 한마디 한마디 말에도 따뜻한 배려가 담겨 있어잠시동안 함께 있었는데..... 오래사귄 친구처럼마음이 편안했습니다.내가 하는말들을웃는 얼굴로 잘 들어주고어떤 격식이나 체면 차림없이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하고 담백함이 참으.. 시와 수필 2011.07.01
어두운 부분 내일 저녁 당신을 감동시킬 오페라 가수는 풍부한 성량을 가졌다. 예상할 수 없는 감정까지 당신에게. 그러나 대부분 우리가 아는 감정일 것이다. 그중에서. 나는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 우리가 모두 아는 것이 사실일 때에도. 내일까지 바닥을 끌고 가는 긴 드레서속에는 발목이 두 개. 끊어질 듯. 젖.. 시와 수필 2011.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