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늦깍이로 공부를 시작한 지기들과 가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내륙의 바다라는 충주호는 초행길이다. 그래서 일까. 이른 아침 고지대 고속도로는 안개 속에 묻히어 영화에서 본듯한 미지세계로의 통로 같았다. 늦가을 언저리에서 갑자기 찾아온 된서리로 응달진 곳 초목들은 하얀 상고대가 끼어 있.. my 수필 2007.12.18
친밀함 친밀함을 나누는 경험 친밀한 관계를 누리며 살기 위해서는 누구든 치료자를 만나야 된다. 친구도 좋고 배우자도 좋고 정신과 의사도 좋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내 가치를 인정해주는 자기 대상'을 만나서 친밀함을 나누는 경험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인생의 '숨는 자(hider)'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찾아 .. 아침편지 2007.12.13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 (이철지 엮음, 종로서적, 1986)』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 권정생 내가 예수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나이 겨우 5살 때였다. 일본 토쿄의 빈민가인 시부야(沚谷)에 살고 있을 때였다. 위로 두 누나들이 친구들과 함께 다니던 일요 학교 얘기를 자기네끼리 주고받는 것을 곁에서 들.. 시와 수필 2007.12.13
연작수필 '외가'-1 외삼촌 외삼촌은 5대 독자다. 외할아버지께서 객사하시기 전 외할머니 뱃속에 남겨 두고 간 자식이었다. 음력 사월 스무 엿샛날 외할머니는 대를 이을 아들을 낳았다. 유복자 외삼촌은 나와 생일이 같다. 물론 나는 열 일곱해나 뒤에 태어났지만 외삼촌과 나는 공통분모같은 끈끈한 유대감으로 .. my 수필 2007.12.13
연작수필 '외가'- 2 저푸른 초원위에 '굼뜰 촌놈들 왔냐? 고향마을이 '구름뜰'의 준말인걸 나는 최근에 알게 되었다. 외가에 가면 외삼촌은 시답잖은 말투로 나와 동생을 맞이했다. 우리가 촌놈인 건 사실이지만 외삼촌도 촌에 살면서 굳이 그렇게 불러야 한단 말인가. 중학생이 되고 우리 가족은 대구로 이사를 했다. 이듬해 .. my 수필 2007.12.13
연작 수필 '외가'- 3 고욤 내 고향은 집성촌이라 일가가 한 마을에 살았다. 버스를 타고 가는 외가는 설렘 그 자체였다. 신작로에 누런 흙먼지를 내며 달리는 버스를 기다리는 일도 버스에 올라 덜커덩거리며 가는 일도 즐거움이었다. 버스가 외가마을 주막집 앞에 우리를 내려 주고 훅 먼지를 뿌리며 산 모롱이를 .. my 수필 2007.12.13
마당없는 집 "다 왔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내가 중학교 2학년 이었던 1978년 겨울이었다. 우리 가족은 대구로 이사를 왔다. 처음 타 본 택시에서 내려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 녹색 철 대문을 들이밀며 엄마가 내게 한 말이다.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온 대구는 굉장히 커 보였다. 하지만 우리 집이라고 들어선 그 집은.. my 수필 2007.12.13
무소유 윗층에 사는 고3 여학생의 어머니가 분리수거 한다고 들고 나오는 책더미 속에서 문학 상, 하 교과서가 눈에 들어왔다. 살모시 두권을 빼서 집으로 들고 왔다. 얼마만인가 . 목차를 살펴보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발견하고 히죽거리며 웃다가, 스무살적에 처음으로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제풀에 신.. 사람향기 2007.12.13
축구 저녁쌀을 씻다가 베란다 쪽으로 올라오는 시끌벅적한 소리에 내다 보았다. 이웃 할아버지께서 동네 아이들 다섯 놈과 축구를 하고 계셨다. 폭 10여 미터에 100여 미터 거리가 되는 이 공터는 아파트 건물과 울타리 사이에 있어서 차도 들지 않는데다가 화단이 있어 정원 산책하는 느낌으로 호젓하게 걸.. my 수필 2007.12.12
눈 내 고향에는 눈이 많이 왔다. 창호지 저편이 유난히 희뿌연 이른 아침! 여늬 때보다 일찍 눈이 뜨여 여닫이 문을 열어 제치면 아! 세상은 눈부시게 하얗게 변해 있었다. 먼 산도 앞집 기와 지붕도 그 옆으로 지붕 낮은 초가도 눈으로 덮여 있었다. 우리 집 벽돌담 위에도 철 대문의 가늘고 .. my 수필 2007.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