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ㅡ알랭 드 보통 1부 낭만주의 매혹 낭만적 믿음은 항상 존재해왔지만, 몇 세기 전에야 비로소 병이 아닌 어떤 것으로 판정받았다. 영혼의 짝을 찾는 일이 인생의 목적에 근접한 어떤 것으로서의 지위를 갖추게 된 것은 최근이었다. 신과 영적 존재를 향하던 이상주의가 인간 주체에게로 방향을 바꾼 덕이.. 책향기 2017.11.13
사막 * 화순 운주사 사막에 모래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다. ​ 사막에는 모래보다 모래와 모래 사이가 더 많다. ​ 모래와 모래 사이에 사이가 더 많아서 모래는 사막에 사는 것이다. ​ 오래된 일이다.​ - 이문재 시와 수필 2017.11.13
한 가지 기술 상실의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지 않다 많은 것들이 언젠가는 상실될 의도로 채워진 듯하니 그것들을 잃는다고 재앙은 아니다 날마다 무엇인가를 잃어버릴 것, 문 열쇠를 잃은 당혹감, 무의미하게 허비한 시간들을 받아들일 것 상실의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지 않다 그리고 더 많이 .. 시와 수필 2017.11.05
꽃병 생각나나요 아주 오래전 그대 내게 줬던 꽃병 흐드러지게 핀 검붉은 장미를 가득 꽂은 꽃병 우리 맘이 꽃으로 피어난다면 바로 너겠구나 온종일 턱을 괴고 바라보게 한 그대 닮은 꽃병 시절은 흘러가고 꽃은 시들어지고 나와 그대가 함께였다는 게 아스라히 흐려져도 어느 모퉁이라도 어.. 카테고리 없음 2017.11.02
더딘 사랑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는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ㅡ이정록 시와 수필 2017.10.21
부모의 불안, 자식의 우울 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이번 추석 연휴는 대한민국 5000년 역사에서 가장 길었다고 합니다. 드디어 끝났습니다.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인 자리에서 불편한 일은 없으셨나요? 그 자리에서 금해야 되는 주제는 늘 결혼, 출산, 취직, 승진입니다. 혹시 .. 카테고리 없음 2017.10.19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지금도 재학생들이 산책하고 사색을 즐기는 서울 연세대의 청송대 숲길. 윤동주는 이곳에서 상상력을 키우고 시를 쓰면서 나무처럼 살고자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윤동주는 숲에서 글을 구상했다. ‘일찍이 서산대사가 살았을 듯한 우거진 송림 속, 게다가 덩그러니 살림집은 외.. 좋은 기사 2017.10.17
빗방울 하나가 무엇인가 창문을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즌 또는 별이든 -강은교 ㅅ 시와 수필 2017.10.17
결국 나 지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면 된다 천국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 된다 모든 것이 다 가까이에서 시작된다 상처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내가 결정한다 또 상처를 키울 것인지 말 것인지도 내가 결정한다 그 사람 행동은 .. 시와 수필 2017.10.12
한글로 쓴 첫 책들 “그에게 모어(母語)란 호흡이고, 생각이고, 문신이라 갑자기 그걸 ‘안 하고 싶어졌다’고 해서 쉽게 지우거나 그만둘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말과 헤어지는 데 실패했다. … 그는 자기 삶의 대부분 시간을 온통 말을 그리워하는 데 썼다.” 김애란의 단편소설 ‘침묵의 미래’ 가운.. 좋은 기사 2017.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