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부부 십 리를 사이에 둔 저 은행나무 부부는 금슬이 좋다 삼백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만져보지 못했지만 해마다 두 섬 자식이 열렸다 언제부턴가 까치가 지은 삭정이 우체통 하나씩 가슴에 품으니 가을마다 발치께 쏟아놓는 노란 엽서가 수천 통 편지를 훔쳐 읽던 풋감이 발그.. 시와 수필 2017.09.30
달아 달아 후미진 골짜기에 긴 팔을 내려 잠든 새 깃털 만져주는 달아 이리 빈 가슴 잠 못 드는 밤 희디흰 손길 뻗어 내 등 쓸어주오 떨어져 누운 낙엽 달래주는 부드러운 달빛으로 - 김후란(1934∼ ) 이번 추석에는 무슨 소원을 빌까. 달 중에 제일은 보름달, 보름달 중에 제일은 추석 보름달이니.. 시와 수필 2017.09.29
부드러워야 강하다 어떤 경우에도 살아남는 강인한 나무 왕버들. 버드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왕버들은 버드나무 중에서 줄기가 굵고 오래 살아서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버드나무 40여 종 가운데 왕버들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왕버들을 의미하는 한자는 귀류(鬼柳)다. 왕버들은 오래 살.. 시와 수필 2017.09.26
모데미풀 하늘이 외로운 날엔 풀도 눈을 뜬다 외로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하늘의 손을 잡고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만 보아도 하늘은 눈물을 그치며 웃음 짓는다 외로움보다 독한 병은 없어도 외로움보다 다스리기 쉬운 병도 없다 사랑의 눈으로 보고 있는 풀은 풀이 아니다 땅의 눈이다 -문효치(1943.. 카테고리 없음 2017.09.22
제발 이기주의를 버리자 최근 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무릎 꿇은 사진을 보았다. 서울 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 토론회에서 주민들이 집값 하락을 이유로 반대하자 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강당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한 것이다. 일부 주민은 이들에게 “쇼하지 말라”며 소.. 좋은 기사 2017.09.22
궁하면 통한다 - 무궁화 끝없이 핀다’는 뜻을 가진 무궁화. 역경 속에서 살아남는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아욱과의 갈잎떨기나무 무궁화는 대한민국의 나라꽃(國花·국화)이다. 1935년 10월 21일 동아일보 ‘조선의 국화 무궁화의 내력’이라는 기사에 따르면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자리 잡은 것은 1900년경이다. 무.. 좋은 기사 2017.09.22
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애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 시와 수필 2017.09.21
행복의 제1조건 나폴레옹, 링컨, 카프카, 고흐, 마이클 잭슨의 공통점은? 고질적 불면증으로 고통받은 인물들이다. 침대에 진정효과가 있다는 캠퍼 액을 뿌리고 잤던 고흐는 그 독성 탓에 정신질환을 앓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심각한 불면에 시달렸던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2009년 돌연사도 불면증 .. 좋은 기사 2017.09.21
이름이 치유의 시작이다 말이 바로 서야 명분도 서고 방향도 선다. 이것은 최근에 한국을 찾았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부드럽지만 따끔한 말로 우리에게 환기한 상식의 소리다. 그는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말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만든 ‘위안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 좋은 기사 2017.09.20
금지된 언어를 지킨 스승과 제자 <6> 연희전문학교 연희전문 재학 시절 윤동주가 기숙사 생활을 했던 연세대 핀슨홀 전경.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언어의 역사는 얼마나 장구한가. 원시인들은 어떻게 소통했을까. 중세 언어인 라틴어나 한문은 권력의 상징이었다. 근대에 들어 민족어가 탄생하면서 개인은 비로소 .. 좋은 기사 2017.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