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는 폭발한다 모름지기 그가 살아 있는 시인이라면 최소한 혼자 있을 때 만이라도 게을러야 한다 게으르고 게으르고 또 게을러서 마침내 게을러터져야 한다 익지 않은 석류는 터지지 않는다 석류는 익을 때까지 오로지 중심을 향하는 힘으로 부풀어오른다 앞으로 가는 뒷걸음질, 중심을 향하여 원주 .. 시와 수필 2017.12.06
구름뜰 친구들 구복리양반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한천댁과 청동댁이 구복리댁 집으로 가서 몇날 며칠을 자줬다 사년만에 굼뜰(구름뜰)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늘어져 있어 한 번 모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지만 마음 먹으면 또 한걸음에 달려올 수도 있으니, 거리보다 .. 사람향기 2017.12.03
매력의 뒷모습 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세상이 매력으로 넘쳐납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TV 화면에서도 매력 만점인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보입니다. 궁핍했던 반세기 전과 비교하면 ‘대한민국 매력 총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겁니다. 해외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은 세련된 옷차.. 좋은 기사 2017.12.01
일기쓰는 일에 관하여 일기를 자신의 개인적인 비밀스런 생각들을 적어놓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얄팍한 생각이다. 귀머거리에, 벙어리에, 문맹인 사람에게 비밀을 털어 놓는 것에 매한가지가 아닌가. 나는 일기에서 나 자신을 누구에게보다 더 솔직히 표현할 뿐 아니라 나 자신을 창조한다. 일기는 나의.. 사람향기 2017.11.30
신용카드 "엄마, 카드를 세개나 만들었어요, 한 개는 친구들 만나거나 필요한 일 있을 때 써" 주말에 친구들 만나러 고향 간다는 내게 작은 아이가 내민 신용카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이성 친구가 연인에게 내미는 걸 본적은 있지만 ......, 작은 아이가 취업되어 합가한 지 4개월, 처음 한 두.. 사람향기 2017.11.29
미안해하면 좀 안되겠니?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아침, 하늘에서 죽음이 내려오고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묵시록에나 나옴 직한 말처럼 들리지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하기 몇 달 전인 2016년 5월, 히로시마에서 했던 연설의 첫 문장이다. 묵시록과 비슷한 점은 죽음의 대상이 인간이라는 것이고, .. 좋은 기사 2017.11.29
부모님 '주부들은 김장 시작할 때부터 김치를 다 먹을 때까지 무 배추 얘기만 한다' 던 피천득 선생님의 글이 생각나는 때이다. 김장은 어느 집에나 이즈음 가장 큰 대소사가 아닐까. 김장 안한지가 몇 년 되었다. 먹는 양이 워낙 적어졌고, 지인이 김치공장을 하고 있어 사철 신선한 김치를 먹을 .. 사람향기 2017.11.27
눈 내리는 아침 이기주의란 도덕 이론가들이 만들어낸 허구이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잘 되기를 바라는건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라 할 수 없다. 순수한 이기주의란 완벽하게 정서적으로 닫혀 있거나 의식이 수반되지 않는 무의식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세상과의 정서.. 사람향기 2017.11.24
내 사랑이 낯설어질 때 -리시안 사스 꽃말 변치않는 사랑 모든 사람이 원하는 유일한 강박, 그게 사랑이에요.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완전해진다고 생각하지요. 영혼의 플라톤적 결합? 내 생각은 달라요. 나는 사람은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완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랑이 사람을 부숴버린다고. 완전했다.. 좋은 기사 2017.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