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 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 마을은 성긋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言約도 .. 시와 수필 2019.11.01
시, 부질없는 시 시로서 무엇을 사랑할 수 있고 시로서 무엇을 슬퍼할 수 있으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시로써 무엇을 버릴 수 있으며 혹은 세울 수 있고 허물어 뜨릴 수 있으랴 죽음으로 죽음을 사랑할 수 없고 슬픔으로 슬픔을 슬퍼 못하고 시로 시를 사랑 못한다면 시로서 무엇을 사랑할 수 있으.. 시와 수필 2019.10.22
탱자나무와 굴뚝새 탱자나무 울타리에는 굴뚝새가 산다. 귀신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시와 가시가 촘촘히 얽힌 그물망을 용케도 잘 비집고 다니며 보금자릴 튼다. 가장 불안하고 위험한곳이 가장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평화로운 안식처라는 것을 고 작은 새는 이미 오래전에 터득했으리라 아.. 시와 수필 2019.10.14
돌탑 금오산 대혜폭포 가는 길 돌부리에 걸린 걸까 탑이 넘어졌다 무수한 소망이 얹혔을 터 돌과 돌 사이를 지나간 건 무엇이었을까 누군가는 밀었고 누군가는 맞서려 했다면 그때 무너진 건 중심이겠는데 탑은 알고 있었을까 중심을 받치는 게 바람일 때도 있었다는 걸 힘은 뺄수록 .. 사람향기 2019.10.08
아이에게 코딩교육을 시켜야 할까요? 호기심 스스로 해결하는게 공부 코딩은 상상물의 온라인 구현 자기 생각 만드는 교육 절실 궁금한 걸 알게 되면, 뇌에서 보상을 표상하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해답 그 자체가 즐거움이 된다는 뜻이다. 궁금해했던 걸 배우면, 그 지식은 우리 머릿속에 훨씬 더 오래 남는다. 그게 바로 진짜.. 좋은 기사 2019.10.01
달이 자꾸 따라와요 어린 자식 앞세우고 아버지 제사 보러 가는 길 ㅡ 아버지 달이 자꾸 따라와요 ㅡ 내버려 둬라 달이 심심한 모양이다 우리 부자가 천방둑 은사시나무 이파리들이 지나가는 바람에 솨르르 솨르르 몸 씻어내는 소리 밟으며 쇠똥냄새 구수한 판길이 아저씨네 마당을 지나 옛 이발소집.. 시와 수필 2019.09.13
종례시간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지 말고 코스모스 갸웃갸웃 얼굴 내밀며 손 흔들거든 너희도 코스모스에게 손 흔들어 주며 가거라 쉴 곳 만들어 주는 나무들 한 번씩 안아주고 가거라 머리털 하얗게 셀 때까지 아무도 벗해 주지 않던 강아지풀 말동무 해주다 가거라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 .. 시와 수필 2019.09.08
가을비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 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 카테고리 없음 2019.09.08
나쁜 지지배들 어제 안도현 배울 때도 그러더니 오늘도 역시나다 교과서를 짠, 하고 나오는 시가 도종환 시인의 "어떤 마을" 반가운 마음에 소개가 길었나 보다 이들 시인이야 나도 조금은 알고 여차여차 술 한잔한 적도 있다니 워이, 워이, 중 일짜리 가시나들 솟아오른다 그쯤으로 끝냈.. 시와 수필 2019.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