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도마 위에서 안간힘을 쓰는 광어를 어찌할까 이를테면 연민 때문인데 납작 엎드려 살아온 것이 죄는 아니지 않은가 한쪽만 보고 살아 다른 한쪽을 외면한 것이 정말 죄는 아니지 않은가 저 살 속에 저며 있는 바다의 노래에 귀 기울이면 가시들의 일상이 다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마지.. 시와 수필 2016.12.27
산산조각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 시와 수필 2016.12.24
우리는 왜 새로운 스타에 열광하는가? 누군가를 영웅시하는 건 자신의 바람을 대상에 투사하기 때문 정치인 스스로 만든 이미지 넘어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 필요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연예계이건 스포츠계이건 정치계이건 우리는 항상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에게 열광한다. 그들은 기존의 형식에서는 볼 수 없었던 .. 좋은 기사 2016.12.23
참새가 먹을 홍시도 남아 있다 참새가 말 그대로 코를 박고 자기 몸뚱이만 한 홍시를 쪼아 먹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사람은 가지 끝 열매를 까치에게 양보했고, 까치는 제 밥을 몸집 작은 참새에게 양보했습니다. 춥지만 넉넉해 보이는 장면입니다. 서울 경복궁에서. -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동아일보 포토 .. 좋은 기사 2016.12.20
‘단심가’처럼 쉽고 뭉클한 시조 많이 쓰겠다 ━ 중앙시조대상 이종문 제35회 중앙시조대상 수상작으로 이종문(61)씨의 ‘눈이라도 감고 죽게’가 선정됐다. 중앙시조신인상은 임채성(49)씨의 ‘곰소항’에 돌아갔다. 제27회 중앙신인문학상 시조부문에서는 이가은(33)씨가 ‘구두도 구두를’로 등단했다. 중앙시조대상·신인상 예심.. 카테고리 없음 2016.12.19
문화계 성폭력에서 악용된 말 "틀을 깨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자화상’ (1638~39) 올해 문화계 10대 뉴스에 반드시 들어갈 것이 일련의 문화계 성폭력 폭로가 아닌가 싶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추한 닮은꼴의 반복이다. 한 시인은 자신이 문예창작을 가르치는 미성년 고등학생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르며 이런 말을 했다고 .. 좋은 기사 2016.12.19
누구나 아는 말 그 말에는 그 말의 냄새가 나지 오래 묵은 젓갈같이 새그러운 그것은 구걸의 한 양식 그것은 마치 몹시 배가 고플 때 내가 나에게 속삭이는 말과 비슷해서 그 말은 냄새의 한 장르이기도 한데 여름날 내내 바닷가에 누웠을 때 햇빛이 내게 오는 것과 비슷한 일이거나 피부가 알아들을 수 .. 카테고리 없음 2016.12.16
대통령의 하룻밤 2013년 11월 5일에 들은 이야기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영국 국빈방문 중이었고, 나는 런던 특파원이었다. 대통령은 전날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와 버킹엄궁에 머물고 있었다. 대통령 방문 준비단에 속해 있던 런던 주재 한국 공무원은 믿기 어려운 말을 했다. 시작은 침대였다. 대.. 좋은 기사 2016.12.14
일기예보 보도블럭 한 페이지에 지렁이 한 마리 온 몸을 밀어 무언가 쓰고 있다 철자법이 맞지 않아도 똑똑한 사람들 모두 비라고 읽는다 한 획만으로도 충분히 천기를 누설하고 있다 내일은 꿈틀꿈틀 비 오시는 날 비라고 써도 사랑이라고 읽는 사람에게 긴 긴 연애편지나 써야겠다 - 이화은(1947~).. 시와 수필 2016.12.13
옳다는 마음 미국 얘기 하나. 이달 초쯤 CNN을 보다가 ‘웃픈’ 장면을 목격했다. “트럼프 당선이 전혀 놀랍지 않다”는 원조 트럼프 지지자인 보통 사람 몇몇이 출연한 일종의 토크쇼였다. 한 지지자가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의 신성한 투표권을 불법체류자 수백만 명에게 줘 버렸다”고 분통을 터.. 좋은 기사 2016.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