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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기

오늘 아침 양말 서랍장에서 제일 오른쪽 것을 꺼내 신고 아침을 하고 설거지를 끝냈는데 뭔지 모르게 개운한 기분. 서랍장을 여닫을 때마다 양말을 꾹 눌러주어야 닫힐 정도였는데. 어떤 사이트에서 보게 된 팁! 그제 자정이 넘은 시간에 시도해 본 일이다. 기분이 개운한 건 요 서랍 때문이란 걸 눈치채는 데는 시간은 좀 걸렸다 공간에서 공기를 뺐다. 공기도 뺄 수 있고 마음도 뺄 수 있는 살이라면 오래전 하늘나라로 간 친구는 마음 빼기 명상을 내게 전해 주고 떠났는데 나는 살다가 가끔 빼기가 생각날 때면 그녀가 기억난다 그녀가 내게 준 건 마음이고 빼기라는 걸 잊을 수가 없다 유월 아침! 뻐꾸기는 어쩌자고 저리 울어대는지 내가 존경하는 지인은 젊을 때는 자신을 널리 알리고 싶었는데 지금은 자기를 기억하는 사람들..

사람향기 2021.06.10

찔레꽃

먼데 있었음 생애 가장 아름다웠을 꽃을 꺽어와 두고 보며 즐기고 있다 나 좋자고 좋은 것에도 그림자가 있는 줄 알지만 모른척 한다 그림자를 알거나 알지 못하거나 확 달라서 힘들 때가 있다 꽃은 눈감고 맡아도 그 꽃 이란 걸 알 수 있는데 모르면 편한 줄 알았는데 아는 이와 함께면 더 편한줄 알았는데 찔레순을 먹어본 사람과 나누는 그 맛은 또 다른 맛이 된다. 너를 곁에 두고 즐기는 일이 그때도 의미있었고 지금도 다르지 않으니 꽃에 가 머문다 화양연화의 시절은 이 순간이기도할까

카테고리 없음 2021.05.13

봄비

비가 오고 있다 황사 미세먼지 꽃가루까지 더해 연일 대기가 지저분했는데 만물이 샤워하는 것 같다 나무가 물기를 머금으면 화재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일기예보를 안내하는 아나운서의 맨트가 들려온다 약속한 일도 없이 약속이 있었던 것 마냥 보내는 시간이란 제법 활기찬 일이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그게 단지 내 바람뿐이었다는 걸 실감하는 일이란 또 갑자기 엄청 무료해지는 일이다 무료함은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못할 때 그곳에 가 있는 마음을 몸이 견디는 시간 같다. 비는 내리고 비를 견디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무얼 하면 좋을까 며칠 전 지인이 보내 준 고향 쪽 풍경에 머문다 저기 싱그런 풍경에도 비는 올 테고 밤새 나무들 성큼 촉촉해지리라 사람에게도 내려 물기 머금을 수 있다면 참 반가운 이..

사람향기 2021.05.04

이건희콜렉션 기증..칭찬할건 칭찬하자

이건희 평생 모은 미술품 2만3천점 국내미술관들에 기증키로 미술품이 '편법상속 수단'이란 비난 무색..초대박 사후 사회공헌 1. 빈 집에 소 들어온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합니다. 삼성이 고 이건희 회장이 소장해온 미술품을 기증하기로 했다고 28일 발표했습니다. 상속세 12조원 내고, 감염병 등 의료지원 1조원도 함께. 투자자들의 관심사였던 주식 배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가장 피부에 와닿는 대목은 ‘이건희 컬렉션’을 6월이면 누구나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일 겁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중앙박물관 등등에서. 2. 현대 문화예술이란 수퍼리치, 그 중에서도 아름다움에 편집광적인 극소수 덕분에 발전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너무 비싸니까요. 돈이 있다고 다 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엄청난 돈을..

카테고리 없음 2021.04.29

풀과 돌밭과 뿌리

곡우가 어제였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서 온갖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절기이다. 농가에서는 볍씨를 담가서 싹을 틔우고 못자리를 만드는 때가 이 무렵이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는 말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주에는 이미 온산이 연둣빛의 신록으로 가득하다. 시장 귀퉁이에는 산나물을 뜯어 팔러 나온 사람들을 여럿 만날 수 있다. 봄이 잘 익어 벌써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느낌이다. 근래에 작은 터를 얻어 틈틈이 풀을 뽑거나 돌을 캐내는 일을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 오르는 풀도 감당하기 어렵지만, 돌밭에서 돌을 캐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삽이나 괭이의 날이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잔돌이 많다. 제주에 돌 많다는 얘기를 실감하게 된다. 호미로 풀의 뿌리를 뽑고, 또 돌을 골라내는..

좋은 기사 2021.04.21

혜가는 왜 칼로 자기 팔을 잘랐나, 달마가 알려준 마음의 정체

#풍경1 달마 대사는 인도 사람입니다. ‘달마도’를 보면 눈이 부리부리하고 이국적으로 생겼잖아요. 그가 인도인이기 때문입니다. 달마는 석가모니 부처에게서 내려오는 깨달음의 맥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인도를 떠나 중국으로 갔습니다. 사람 사는 땅에 깨달음의 이치를 전하고자 한 것입니다. 중국 땅에서 대(代)를 이어 법을 전하려면 제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죽어도 법은 이어지니까요. 달마는 험하기로 유명한 허베이성쑹산(嵩山)에서 지냈습니다. 쑹산은 봉우리만 72개에 달합니다. 그만큼 바위가 많은 악산입니다. 달마는 쑹산의바위동굴에서 9년간 면벽수도하며 제자를 기다렸습니다. 하루는 신광이라는 40대 남자가 찾아왔습니다. 그는 달마의 제자가 되기를 청했습니다. 달마는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

좋은 기사 2021.04.14

철학자 최진석 “586, 신념 갇혀 공부 안 해…생각하는 능력 끊겨”

“(유공자 배우자와 자녀에게) 학자금을 주고 주택대출을 지원하는 건 민주화운동의 공(功)을 개인적으로 상속시키는 것” 도가(道家) 철학자 최진석(62) 서강대 명예교수는 ‘민주유공자예우법’을 이렇게 비판했다. 민주유공자예우법은 ‘유신반대투쟁이나 6월 항쟁 참가자도 5·18처럼 민주유공자로 인정하자’는 취지의 법안인데, 법안을 낸 의원 다수가 혜택 대상이 돼 논란을 빚었다. ‘운동권 셀프특혜’ 비판이 터져나오자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최 교수 고향은 전남 함평이다. 광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5·18도 겪었다. 그런 그가 ‘민주화 운동을 좀 내버려 두자’는 목소리를 계속 낸다. 지난해 말에도 최 교수는 ‘5·18역사왜곡처벌법’을 저격하는 시를 써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도가 철학 핵심인 ‘무위’(無爲..

좋은 기사 2021.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