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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공원 겨울풍경

해마다 저수지 1월 풍경은 변함없다 새해 들어 연일 영하권이더니 오늘은 햇살과 바람도 순했다 구미는 거리두기 2.5단계 경계할 건 사람뿐이어서 책이나 음악이 벗이 되어가고 이 글은 쓰는 시간에도 확진자가 3명 나왔다는 문자가 왔다 불확실한 미래! 평범했던 일상이었는데 평범도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지도 1년이 넘었다 저수지 풍경은 같지만 같지만은 않다 지난여름 최선이었던 꽃대들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케도 박혀있다 멈춘 것 같지만 깨어있으리라 어딘가 저 아래쪽 봄은 올 테고 수면도 피어나리라 여축없이 순환하는 자연 부자연의 편리에 익숙해진 우리 봄이 오면 봄은 올까 2021.1.12

사람향기 2021.01.12

밤새 눈 내리고 바람 불더니

지금 구미는 영하 11도 체감온도는 영하 19도라고 뜬다 체감이 이렇게 배나 되는 건 마음 때문일까 몸 때문일까 체감은 누구한테나 같이 적용될까 지난밤 나목 사이로 불던 바람소리는 귀신 영화에 효과음으로 써도 좋을 듯 살벌했다 멀리 있는 아들 출근길도 걱정되고 가까이 있는 식구들 출근길도 걱정되고 또 체감 예민한 이들의 어깨는 얼마나 움츠러들까 그런 생각도 지나갔다 엄청 추운걸 잘 견뎌야 엄청 더운 것도 잘 견딘다는데 시간적으로는 먼 것 같아도 겨울과 여름은 연결되어 있음을.. 오늘 같은 날은 내 발걸음에만 집중 아파트 앞 도로는 안정적이고 차량 속도도 무난하다 도로 눈은 어지간히 녹은듯하다. 일상의 힘을 알고 오늘도 밀고 나갈 몸들을 응원하는 눈 온 풍경을 앞에 둔 아침..

사람향기 2021.01.07

치유일기ㅡ문장으로 읽는 책

걷기를 할 때 중요한 것은 마음을 걸음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눈은 앞을 보고 있지만 마음의 눈은 걸음에 둔다. 어떤 생각에 골똘히 빠지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지 않고 오로지 걸음걸음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보이는 풍경, 들리는 자동차 소리는 그저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일 뿐 내 마음의 고요함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몰입의 순간에 만나는 고요함이다. 감정의 출렁임이나 고통의 회오리가 없는 고요함. 평온함. … 강변을 걸으며 나는 서서히 삶을 재건하고 있었다. 길에서도 걷고 마음으로도 걷고. 세상 모든 길이 결국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박은봉 『치유일기』 프리랜서 작가이던 저자에게 어느 날 죽음 같은 불안증과 우울증이 찾아왔다. 이제는 삶이 좀 편안해지리라 믿었던 50대 초반이었다..

좋은 기사 2020.11.30

드디어 썩어가는

목욕탕 거울을 보니 허리가 없어졌다 똥배를 밀어 넣으려고 애쓰다 그만 둔다 계단을 조금만 올라도 똥으로 가득찬 창자가 심장을 눌러 숨이 턱 막힌다 사람은 보통 1~3kg의 똥을 뱃속에 넣고 다닌다 변비 할 경우는 10kg까지도 간다 하느님도 너무하시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 뱃속에 구린내를 넣고 다니게 하시다니 늘어진 헌 푸대자루 삼겹살 자랑스럽게 사용했다고 할 수 없는 실수 투성이의 덜렁거리는 성기구 엉덩이에 가려진 지독한 폐수구 아첨과 불만으로 가득 찬 악취를 풍기며 썩어 가는 69kg 공광규. ㅡ공광규

시와 수필 2020.11.19

애월

하귀에서 애월 가는 해안도로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길이었다 밤이 짧았다는 애긴 아니다 우린 애월 포구 콘크리트 방파제 위를 맨발로 천천히 걷기도 했으니까 달의 안색이 마냥 샐쭉했지만 사랑스러웠다 그래선지, 내가 널 업기까지 했으니까 먼 갈치잡이 뱃불가지 내게 업혔던가 샐쭉하던 초생달까지 내게 업혔던가 업혀 기우뚱했던가, 묶여 있던 배들마저 컴컴하게 기우뚱거렸던가, 머리칼처럼 검고 긴, 밤바람 속살을 내가 문득 스쳤던가 손톱반달처럼 짧아, 가뭇없는 것들만 뇌수에 인화되듯 새겨졌던 거다 이젠 백지처럼 흰 그늘만 남았다 사람들 애월, 애월, 하고 말한다면 흰 그늘 백지 한장, 말없이 내밀겠다 ㅡ엄원때 ―시집『물방울 무덤』(창비시선 272. 2007)

시와 수필 2020.11.17

콩깍지 & 콩꼬투리

콩깍지는 콩이 들어 있는 콩꼬투리에서 콩을 빼낸 빈 껍질을 말한다. 콩깍지가 씐 것은 껍데기뿐인 상태를 일컫는 말이겠다. 콩꼬투리가 씌었다면 내실이라도 있겠는데 콩깍지라고 표현한 것만 봐도 구전으로 내려오는 속담들의 깊은 뜻이란 새길만하다. 명절 지나고 지인과 공감한 얘기도 "시아버지 사랑은 며느리"라는 말과 "고부간의 갈등"에 대한 얘기였다. 며느리가 예쁜 건 맞지만 대놓고 표현하는 남편을 보는 일이란 아내 쪽에선 썩 유쾌하지 않다고. 가부장제가 심하던 고릿적엔 갓 시집온 며느리를 평생 뿌리내리고 살아온 아내보다 어여삐 여긴다면 시어미 심사가 편치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고부갈등 주범이 시아버지 일 수도 있는 것이다. 윗사람이 현명해야 그 어떤 단위 조직도 편하다. 집안이라고 식구라고 다를 ..

my 수필 2020.10.11